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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심정으로 성지순례 떠납니다.

   11박 12일의 일정으로 31명의 성지 순례단이 터키와 그리스로 떠납니다. 바울과 초대 기독교인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장소들, 어느 곳 하나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답사 지역들을 4회 이상 모여서 역사와 지명과 성경적인 연관성을 공부하고 기도로 준비했기에 성지 순례의 감동이 더하리라 기대합니다.

   4년 전 터키에 갔을 때 초대교회 당시 바울의 수많은 전도 여행과 초대 기독교 공동체의 순교의 열매로 세워졌던 많은 교회들이 모스크(회교사원)로 바뀌었거나 파괴된 채 남아있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었습니다. 신약의 대부분이 이 지역의 기독교 공동체에게 보내진 편지임을 생각해 볼 때 두 주간 동안 성지순례를 하면서 슬픈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성지순례에 참여한 분들에게 최고의 깨우침을 주고 최고의 감동을 선물하는 한 장소가 있다면 그것은 갑바도기아의 지하 공동체, 지하 도시 데린 큐유 방문일 것입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지하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충격일 것입니다. 데린 큐유는 ‘지하 우물’이란 뜻으로 가장 깊은 곳은 무려 지하60m이상 파고 들어간 지하에서 무려 2만여 명 이상의 초대 교회 성도들이 기독교 박해 시절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곳입니다. 허리를 바짝 꾸부리고 지하 8층을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거기에 십자형으로 된 지하 채플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어둑한 지하의 미로에서 그들은 평균 수명 40세를 넘기지 못하는 인생을 살면서도 예배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지키고자 거기에 산 것입니다.

   지하 도시 데린 큐유를 통해 나의 모습, 나의 신앙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의 역사적 장소를 보며 신앙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느끼고 돌아올 것입니다.

   몸 하나 빠져 나오기 힘든 굴속을 삶의 터전으로 살았던 그들의 주님 사랑이 어떠했는지 마음으로 전해오면서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가슴이 저려왔었습니다. 그 날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바울이 목숨 걸고 전도했던 그곳, 수많은 우상들 속에서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을까?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밝은 하늘을 보지 못하고 어두운 동굴 속에 살면서 순교의 피를 흘렸던 사람들, 순교의 피로 세워졌던 교회들은 터만 남아있고 이제는 기독교인을 찾아 볼 수 없는 그곳…….

   성지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준비된 성지순례를 갖다 온 후 성도들의 삶이 크게 변화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금 바울의 심정으로 그 땅을 가슴에 품고 밟으며 그 땅을 축복하고 축복할 것입니다. “주님! 터키 땅에 다시 복음의 계절이 오게 하소서””

                                                   -  사랑에 빚진 자 이흥빈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