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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성도님들!

   그동안 인터넷이 안 되어서 소식 전하지 못했습니다. 17일 케이블을 설치하고 교회 상황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아직까지 현실성 있게 와 닿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제가 지리상으로는 저희 성도들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떠나 온지 3주일.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어서 제 자신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과 또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구나 선택했건 아니면 선택 당했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사람이 사는 한 변치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일들이 모든 것 계획대로 된다면 어디 ‘다음’ 이란 기약의 단어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성도와 목사의 관계라는 특수한 맺음 속에서 생각할 때 그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기쁘게 하지 못하고 그냥 허둥지둥 빠져 나온 것 같아서 마음이 시원치 못했던 것처럼 지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제 삶이란 너무나 정형화 되어 있어서 어제의 삶을 보면 오늘의 삶을 알 수 있고, 또 오늘의 삶을 보면 내일의 삶을 알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삶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러한 제 삶에 대하여서는 미련이나 아쉬움도 없습니다. 다만 누구에겐가 현재도 소망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신될 때 사는 스스로의 기쁨과 희열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목사의 생활이란 성도와 떨어져서는 생각할 엄두도 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러저러한 하나님의 뜻으로 잠시의 시간과 격리 속에서 새로운 것을 느끼고 생각해 보고자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이 글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낄 성도를 생각하며 희끗한 기쁨으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이지만 시차로 혼란했던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보니 역시 제게 있어서 성도들이란 제 삶의 주어진 과업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힘든 대상이 아니라 기쁨 그 자체인 것이 다시 확인됨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왠지 성도들 곁을 떠나서는 괜히 숨 못 쉴 것 같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성도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더 문제인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성도와 목자란 이렇게 애틋한 정서의 관계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껏 제가 성도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니 이런 순간 판연히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제가 성도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송구하였습니다. 부족한 목사에게는 분에 넘치는 성도들입니다.
   이런 저런 과정 거쳐 생존의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여러 교회도 둘러보고, 오전 중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이것저것으로 진보도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기에 아침마다 가정 예배를 드릴 때 기쁨과 감사가 더해집니다. 결국 어떤 일이건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다 뜻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부족한 종  이흥빈 목사 드림

                                     2006년 7월 18일 벤쿠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