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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서신1. 안식년에... (200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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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님 안식년 휴가 ( 6월 29일 - 8월 24일 )

안식년에...

   저는 캄캄한 밤에 텅 빈 예배당에 올라가서 혼자 기도할 때가 가장 좋습니다. 휘익 하니 둘러보기도 하고, 찬찬히 하나하나 뜯어가며 한 구석 한 구석 살펴볼 때도 있습니다.
  빈 의자 하나하나를 유심히 볼 때면 늘 그 의자에 앉곤 하던 성도의 생각이 날 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거의 자신의 자리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 저기는 어떤 분의 자리였지. 또 저기는.... ” 하는 생각들을 하면 빈 의자의 자리 한 부분만 보아도 쉽게 성도들의 마음과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그분의 아픔도 또 어떤 때는 그분의 기쁨과 웃음도 잔잔히 피어올라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 것입니다. 목사와 성도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목사로서 가지는 정과 사랑을 혼자 만취해 보기도 합니다. 생각이란 때론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진한 향기를 지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안식년을 안쉴년이라고 했더군요. 적어도 지난 2년은 그렇게 지나간 것이 사실입니다. 쉴 틈도 없이 지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16년은 저와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을 계획하고, 일을 만들고, 일을 성취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까닭에 때로는 일속에 파묻히기도 합니다. 일속에 파묻히는 느낌을 가질 때 제가하는 일은 일 밖으로 잠시 나오는 것입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저는 6월 29일부터 8월말까지 안식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참 오랜만에 성도들을 떠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성도들을 떠나 얼마간이라도 격리되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니 찐한 아쉬움과 어떤 종류의 슬픔이 가슴에 이는 것입니다. 집 떠나 수년씩 있는 분들도 계시고 혹 그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떨어져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껏 늘 옆에서 호흡하고 느꼈던 살과 같이 여겼던 분들이라 기대에 대한 소망도 있으나 아쉬움에 대한 애잔함이 더 강함을 느낍니다.
  글쎄, 괜한 제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그저 한곳밖에 모르는 붙박이의 삶을 살다보니 늘 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성도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교회에 오면 허전할 수도 있겠지요. 또 그렇지 않으면 어디 사랑하는 목자와 성도의 관계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저 역시 어디 다녀오겠다고 분명히 인사를 받았는데도 그 자리에 그분이 없으면 섭섭한 것이 목사의 마음이니까요. 다시 와서 만나면 더 반갑구요. 멀리 있는 잘난 자식보다 가까이 있는 부족한 자식이 때로는 우리 삶에 더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사랑하는 성도님.
  그저 위로 받고자 하는 말이지만 때로는 좀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그 사랑과 서로의 정을 더 느낄 수도 있으니 그것을 기대하며 우리의 날들을 지내시기 바랍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간에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속에서 최선을 다해 피차 무엇인가 보여줄 자랑거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무더운 여름,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삶의 속도도 점검하시고, 잠시 쉼이라는 멈춤을 통해 가족과 함께 안식하는 시간도 갖도록 하시고, 셀 목장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심신의 재충전을 받아 보십시오.
  멈춤은 낭비가 아니라 값진 투자입니다. 또 드리고 갈 수밖에 없는 말이 있습니다. 제 빈자리가 느껴지실 때마다 섭섭함 대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제 눈앞에 성도님들의 자리가 어른거릴 때에는 꼭 어디서든지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글을 쓰는 동안에도 사랑스런 성도님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러분을 주님의 심장으로 사랑합니다. 부디 행복을 미루지 말고 날마다 주님 안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에 빚진 자  이흥빈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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